사진을 만드는 사람들 4 블로거 곽명우
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3-02-26        조회수:11008

 

내 꿈은 사진으로 봉사하다 죽는 것

글사진 이상엽(사진가)


사진계의 감초 곽명우. 이제 그가 없는 사진전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I 어느 사진 전시회 뒤풀이 자리

사진의 역사를 읽다보면 에리히 잘로몬이란 인물을 만난다. 1930년대 에르녹스라는 작은 카메라를 들고 국제연맹의 회의장을 어슬렁거리며 사진을 찍는 그에게 한 외교관은 “국제연맹 회의는 소수의 외교관 비서들, 책상 하나 그리고 잘로몬이 필수다”라고 했다. 우리에게도 그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 그와 사진가, 작품 세 가지만 있으면 한국의 사진전은 오픈한다는 말이 있다. 오죽하면 사진계 원로인 강운구 선생도 그랬다. “자! 이제 식을 시작합시다. 곽명우 왔으니.”

“한 달에 몇 개 전시장을 다니는 것 같아요?”

“3개 사진잡지를 구독하고 네오룩 같은 사이트도 검색해서 한 달 치 스케줄을 만들어요. 그리고 하루에도 여러 전시가 있기 때문에 순번도 정하고. 요즘은 일요일 빼고 거의 매일 있거든요. 그래서 오픈 날은 못가더라도 나중에 들릅니다. 감상도 해야 하고 작가와 이야기도 해야 하니까요. 열리는 사진 전시의 80% 이상 들르는 것 같아요.”

“와! 너무 바쁜 것 아니에요. 그걸 다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리잖아요.”

“취재하는 분량이 대충 사진과 동영상으로 매월 200기가씩 되는 것 같아요. 1테라바이트 짜리 하드를 쓰는데 5개월마다 교체합니다. 단순히 기록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전에서 의미 있는 멘트가 있다거나 학생들이 공부할 만한 특강, 세미나 등은 신경을 쓰는 편이죠.”

“곽명우의 사진바다는 유명 블로그인데, 어찌 운영합니까?”

“블로그는 아주 단순해요. 전시소식, 사진스케치, 동영상 스케치로 이루어져 있고, 지금까지 4천6백개 정도 포스팅을 했습니다. 매일 방문자는 1천5백명 정도고요. 처음에는 ‘고구마’라는 개인 블로그로 시작했는데, 뭔가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 싶어 사진바다로 개편한 거죠. 4년쯤 됐습니다.”

“블로그를 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어때요?”

“사실 인터넷 세상이자 디지털카메라 천국이기에 이런 일이 가능하겠죠. 계속 자료가 쌓이고 활동영역이 넓어지면서 제가 하는 일도 중요해진 거죠. 제 블로그를 보는 학생들은 단지 전시소식뿐 아니라 사진 액자며 전시 디스플레이까지 공부하면서 본다고 하더군요. 결국 혼자보기 아까워서 시작한 일이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거죠. 그래서 이제는 그만둘 수도 없어요. 배신자 소리 들을까봐.(웃음) 늘 좋은 사람으로 남아야겠다는 책임감이 듭니다. 이래저래 한평생인데 돈보다는 봉사하는 삶이 좋아요. 게다가 내게는 핸드폰에 담긴 900개의 인맥이 있잖아요.”


5년 전만 해도 전시장에 자주 나타나는 곽명우를 경계하는 작가들도 있었다.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하지만 지금은 곽명우가 늦게 나타나면 ‘2류 전시오’, 아예 안 나타나면 ‘별 볼일 없는 전시’라는 작가들의 자조 섞인 소리도 나온다. 개인 블로거의 파워치고는 참 세다. 그렇다면 곽명우는 어떤 원칙을 갖고 취재하는 것일까?

“누구 오프닝은 가고, 누구는 가지 않으면 섭섭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텐데요?”

“있죠. 하지만 좋은 사람, 좋은 사진전에 간다는 원칙이 있어요. 친분이나 사진계 위상 등도 중요하긴 한데, 그건 다가 아니고. 일단 한날 같은 시간에 스펙이 비슷한 작가라면 갈등을 때리죠. 결국 작가의 충실성, 사진의 내용과 의미가 더 중요하겠죠.”

“하지만 그런 것을 가지고 엄밀히 나눈다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쉽게 이야기해서 원로는 지는 해고, 학생은 뜨는 해죠. 또 내가 아니어도 찍고 기록해줄 사람이 많은 스타작가보다는 내가 아니면 기록도 없을 것 같은 사람의 전시는 일부러 찾아갑니다. 대신 블로그에 올리는 건 차등 없이 최선을 다합니다.”


부산 사진가 이경희의 전시장에서 곽명우. 그가 나타나지 않으면 작가들은 불안하다.




II 충무로 돼지고기 식당

5년 전쯤 나도 그랬다. 도대체 곽명우란 사람은 뭐하는 사람인데, 이렇게 전시장을 돌아다닐까? 사진가인가? 사진을 감상하러 다니는 무지막지한 마니아인가? 결국 인사동에서 새벽까지 포장마차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다보니 친구가 됐다. 동갑내기였기에 더욱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사실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다시 충무로에서 술잔을 기울였다.

“고향이 어디에요?”

“경북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 완전 깡촌이죠. 백두대간의 강원도 경계쯤 되지. 중학교까지 거기서 살았어요.”

“그리고는 뭘 했어요?”

“7남매가 굶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공부를 계속할 형편도 아니고 해서 부산으로 갔어요. 형님이 먼저 부산 서면쪽의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나도 자동차 부품공장에 취직했죠. 그 때나 지금이나 뭐든지 열심히 하는 버릇이 있는데 아무리 공장이 어려워도 봉급 떼어본 적이 없어요. 늘 상을 받았지. 근데 아버지가 화투하다가 논밭 다 날려먹고, 어머니는 화병으로 돌아가시고, 형수하고는 사이가 나쁘고, 죽고 싶었죠. 근데 어떻게 하다가 부산경남에서 딱 14명을 뽑는 고압가스기사 자격증에 합격해서 부산도시가스공사에 취직을 했어요. 인생이 살아난 거죠.”

“이런, 파란만장하군요. 그런데 어쩌다가 사진은 하게 된 거죠?”

“88년에 군대 갔다오고, 계속 부산에서 일하는데 배에 냉매 가스를 주입하다가 바다에 빠져 죽을 뻔하고는 1990년에 효성 스즈끼를 몰고 서울에 왔어요. 놀아보고 살만하면 서울에 있어보자 했죠. 그때 제 가방에 니콘 F401이 있었고, 통장에 현금도 좀 있겠다 싶어 한 달 정도 열심히 서울 구경 했죠. 그러다가 광고사진학원 광고를 보고는 1년 과정으로 공부를 시작했죠. 아침에 찍고 점심에 현상하고 저녁에 인화하고, 참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선지 원장이 1년 만에 졸업하고 학원에서 개인전을 시켜주더군요. 그 학원은 이제 ‘보다’와 합병해서 사라졌어요.”

“그럼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진 일을 한 건가요?”

“글쎄, 신아일보에서 나오던 월간지에 기자로 취직해서 사진 찍다가 6개월 만에 망하고, 홍대 앞 스튜디오에서 일하다 선생이 싫어서 나오고, 충무로에 와서 다시 스튜디오에 취직했죠. 그러다가 만리동 고개에서 오토바이 사고가 났어요. 한 3개월을 입원했는데, 이건 내 일이 아니다, 내 일을 하자. 그래서 세상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는 택시운전을 2년 반 정도 했어요. 늘 트렁크에 카메라를 넣고 다녔죠. 그러다가 진동선 선생을 알게 된 거죠.”

“아, ‘하우포토넷’을 이야기하는 거군요.”

“2001년에 컴퓨터를 사서 열심히 사진관련 사이트를 검색했죠. 그때 진동선의 하우포토넷을 알게 됐어요. 진선생이 쓴 ‘현대사진의 쟁점’ 출판기념회 때 하우포토넷의 두 번째 정모가 있었는데 그때 첨 본 거죠. 그리고는 하우포토넷 후원회를 맡아 여러 가지 일을 했습니다. 진선생의 책을 만드는 출판사에서 근무도 하고, 후원회 총무를 맡아 세미나 등등의 일을 했죠. 그래서 사람들에게 진선생의 조수나 제자쯤으로 알려졌는데, 그건 아니었고요. 그냥 좋은 관계였어요. 그러면서 진선생이 그러더군요. 곽선생은 사진계의 김달진이 되라!”




III 조그만 내 사무실 서재에서

그런데 가장 궁금한 것은 역시 어떻게 먹고 사는지이다. 분명 블로그는 한계가 있다. 전업 블로거도 가끔 있지만 지속성을 갖기란 무척이나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서재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블로그는 계속 유지되는 겁니까?”

“사실 블로그는 한계가 있어요. 네이버 용량도 문제고. 그래서 독립 도메인을 따서 확대 개편하는 것이 꿈입니다. ‘아트바다’라고 예술계 전반을 다루는 포털도 생각하고 있어요. 나 같은 사람 다섯 명만 있으면 되는데.”

“아이고, 정말 명우씨 같은 사람 더 있을까요?”

“감동이 있으면 돼요. 그리고 그것을 자기최면 삼아서 살아가는 거죠. 결국 주는 만큼 얻는 것도 있어요.”

“그나저나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벌기는 하는 겁니까?”

“반년 먹고살 농사는 산업은행 신입행원 연수과정을 기록하는 것으로 하고 있어요. 수년째 해오고 있는 일인데, 이제는 서로 신뢰가 쌓여 좋아요. 그리고 행사도 촬영해주고, 입시설명회나 경시대회 등등 작지만 먹고살만한 일이 들어오죠. 모두 주위 분들의 덕분입니다. 가끔 사진전 오프닝을 촬영하면 사례금을 주시는 분도 있지만 원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경우도 아주 드물죠.”

“아직 결혼은 안 했죠?”

“부산에 내려갔다 아침에 서울에 도착해 지하철을 탔는데, 서울 참 경쟁의 도시더군요. 출근길 모습에서 비정함을 느낍니다. 부산은 정말 그에 비하면 시골이에요. 느리고 여유롭고. 나는 그냥 좋아하는 사진하면서 봉사하다가 죽었으면 좋겠어요. 육신도 기증하고. 담배도 안 피니 몸은 건강해요. 어디 이런 남자 마음에 들어할 여자는 없을까요?”









(위부터)충무로 이룸갤러리의 곽명우, 양복도 잘 어울린다. 윤정미 사진전에서 평론가 박평종과 함께. 이은종 전시 뒤풀이에서 한잔 하며. 충무로 극동호프에서 후배 사진가들과 함께 했다.


류가헌에서 열린 사진가 성남훈의 개인전에서 비디오로 촬영하는 곽명우.






곽명우는 1967년 경북 봉화 출생으로, 90년 네오모드 사진학원 1기 수료, 91년 코리아라이프 사진기자, 93~95년 Paco photo studio 근무 이후 2001년부터 현재까지 쭉 사진과 함께 놀고 있다. 개인전 1990년 <리플렉션>(모드프로포토 컬리지, 서울), 2007년 <展覽後愛(전람후애)>(갤러리 브레송, 서울)과 <용두동 골목이야기>(서울문화재단, 서울)를 가졌다. 1996년 <look&open>, 2005년 <5×7전 시대를 말하다>, 2006년 <다시 한번 행복해지기(Worldcup Again)> 및 <책이 있는 풍경>, 2007년 <민족사진작가협회 기획사진전-도시읽기>, 2009년 <사진으로 생활하기-일상의 발견> 등 단체전에 참가했다. 수상경력은 1991년 후지창작사진전 입선, 1992년 SBS 가족사진공모 입선, 2006년 동강디지털사진공모전 입선이 있으며, 국립중앙도서관에 작품에 소장됐다.
http://blog.naver.com/foto3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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